UPDATED. 2024-03-28 21:39 (목)
'변두리'
'변두리'
  • 전남식 기자
  • 승인 2017.12.08 18:05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가 유은실

<변두리>

변두리에서 살면서, 변두리가 아닌 중심부를 열망하는 게 현실이다. 모두가 중심으로 모여도 변두리는 없앨 수 없는데도, 그동안 우리는 변두리 없애고, 중심에만 집중했다. 그러면서 중심에는 인간미가 실종되었고, 여전히 중심의 변두리는 가난하지만, 서울부산물 아줌마 같은 사람이 존재한다.

우리가 사는 변두리를 벗어나려고 하는데만 집중하지 말고, 변두리에서 각박하게만 살지 말고 서로의 민낯을 보고서도 오히려 그것을 흠잡지 않고 감싸주는, 덜 이익을 취해서라도 어려운 사람에게 덤을 줄 수 있는 여유가 변두리 삶이 아닐까.

정호가 아빠한테 인사하는

소리가 들렸다. 정호는 시도 때도 없이 인사를 하는 버릇이 있었다....

"오냐 우리 정호."

아빠는 동네 아이들 이름 앞에 ‘우리’를 붙였다. 개 이름 앞에도 '우리'를 붙였다. 주인집 개는 '우리 보비', 운전사네 강아지는 “우리 워리”였다.

오늘날에는 '우리'라는 단어가 낯설어졌다. 엽집 아이 이름, 엽집 개 이름도 모르니 '우리'는 낯설어지고, '우리'는 내 가족만을 의미할 뿐이다. '우리'의 낯설어짐은 곧 공동체의 해체를 뜻하며, 이미 우리는 공동체가 해체된, '우리'가 없는 '우리'에서 사육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도인호 2017-12-09 21:05:48
변두리가 머시래요
내가 있는곳이 중심이지요

천동 2017-12-08 20:55:26
변두리여서 찾게도는 보물
'우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