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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됨을 간직한 동구의 발전을 꿈꾸며
오래됨을 간직한 동구의 발전을 꿈꾸며
  • 황인호 동구청장
  • 승인 2019.10.2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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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호 동구청장
황인호 동구청장
황인호 동구청장

스페인의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 1852~1926)는 20세기가 낳은 가장 독특하고 천재적인 건축가로 알려져 있다. 그의 건축물은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어 직선이 거의 없고 곡선이 대부분인 것으로 유명하다. 동물의 뼈, 야자수, 곤충, 돌고래 등 자연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그의 건축물에 그대로 적용했다.

1883년 한 카톨릭 단체가 신자들의 성금을 모아 가우디에게 성당 건축을 맡기는 데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성가족성당)이다. 가우디는 이미 의뢰받은 다른 일이 있었지만 얼마 후 오로지 이 성당 건축에만 몰두하게 되고 심지어 성당 옆에 숙소를 옮기고 그동안 벌었던 전 재산을 성당 건축에 쏟아 부어 말년에는 빈털터리 신세가 된다. 이 성당은 그 규모가 워낙 커서 가우디가 죽고 나서 다른 건축가가 맡아 현재까지 건축 중이며 언제 완성될지 기약할 수도 없다. 하지만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은 스페인을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그 자태와 모습이 웅장하다.

프랑스의 에펠탑은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개최된 세계 박람회를 위해 귀스타브 에펠(Gustave Eiffel)의 설계로 세워진 구조물로 박람회가 끝나면 철거될 예정이었다고 한다. 문화와 예술의 도시 파리와 어울리지 않는 ‘추악한 철덩어리’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프랑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이 에펠탑이다.

루브르 박물관은 원래 궁전이었으나 루이 14세가 베르사유에 화려한 궁전을 지으면서 주인 없는 건물로 방치되면서 각종 미술품을 보관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나폴레옹이 원정을 통해 세계 각지로부터 약탈, 조공, 매입 등을 통해 다양한 유물을 수집, 대규모 박물관으로 변모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로부터 빼앗은 예술품을 전시해 엄청난 비판을 받고 있지만 세계에서 손꼽는 박물관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다. 그리고 이들 모두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로 유명하며 해마다 엄청난 관광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

이들 사례들을 보면서 지은 지 삼사십년 만 지나면 낡은 건축물로 여기고 다시 새로 짓곤 하는 우리나라의 풍토와 사뭇 비교가 된다. 낡은 것을 벗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옛 것을 버리지 않고 더 아름답고 유용하게 계승 발전시킨다는 것도 중요하다. 거기에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주는 스토리가 있다면 더 큰 가치를 지닌 공간과 건물로 재탄생될 수 있다.

동구에도 지키고 계승 발전시켜야 할 스토리를 지닌 공간과 문화유산들이 많이 있다. 동구 8경 중 하나인 대전역은 서울과 부산 간 경부선 철도가 생기면서 1905년 1월 1일부터 그 역할을 시작했다.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철도시설공단 본사가 위치하면서 대전역은 명실공히 우리나라 철도의 메카이자 본산이 됐다. 특히 6.25전쟁 당시 북한군에 포로로 잡힌 미 제24사단장인 윌리엄 딘 소장을 구하고자 하나뿐인 목숨을 내던진 고(故) 김재현 기관사와 특공대원들의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하다. 필자는 이곳에 호국철도박물관과 호국 역사공원을 유치해 철도 영웅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후손들과 전 세계인들에게 전할 수 있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

대전역 중앙시장은 대전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대전역이 발전하면서 시장도 함께 발전했으며, 6.25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대거 남하해 정착하면서 한강 이남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도 예전의 그 푸근함과 살가움이 남아있는 동시에 KTX와 지하철의 개통으로 활기도 넘친다. 한의약거리, 인쇄거리, 한복거리, 생선 건어물 거리 등 여러 가지 분야로 특화돼 있고 가격도 저렴해 방문객들의 수요를 충족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동구 8경 중 하나인 우암사적공원 역시 조선 후기 대유학자 우암 송시열 선생이 머물던 곳으로 특히 남간정사는 송시열 선생이 제자들을 강학하던 곳이다. 매년 10월이면 이곳에서 우암문화제를 개최해 선생의 고귀한 정신을 기리며 다채로운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축제를 벌인다. 올해로 24돌을 맞는 이 우암문화제를 확대운영 추진 중에 있으며 배움과 앎이 넘치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킬 예정이니 지켜봐달라.

대전 동구는 대전의 과거·현재·미래가 공존하는 곳이다. 주민들이 불편하고 미관상 좋지 않은 곳은 철거하고 새로 지어야하지만, 오래되고 아름다운 옛 것을 잘 보존하고 가꿔서 현재 뿐만 아니라 먼 훗날 후손들도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오랜 세월 대전이 생성시켜온 문화와 삶의 향기가 배어 있는 모태도시 동구의 문화를 활용한 도시활성화, 그것이 진정 대전 동구가 발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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