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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0년째 김장...대한민국 모든 부모의 마음
(칼럼) 10년째 김장...대한민국 모든 부모의 마음
  • 박희조 전 청와대 행정관
  • 승인 2020.11.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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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조 전 청와대 행정관
박희조 전 청와대 행정관

지난주 말부터 시작된 김장 봉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다. 다행히 매서운 추위가 없어 옷을 겹겹이 입는 불편함은 덜었다. 올해도 기관이나 단체에서 하는 김장이 눈에 띄게 줄었음에도 긴 봉사 후에 찾아오는 삭신 쑤시는 뻐근함은 어김없이 반복된다. 젊은 층의 입맛이 서구식으로 변해 한때 한국인의 사계절 음식으로 대접을 받았던 김치의 수요가 갈수록 조금씩 줄고 있음을 봉사 현장에서도 실감한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김장 봉사 현장에서 과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우선 김장 봉사 참여자의 숫자가 예전보다 줄어들었고, 무엇보다 김장을 하나의 작은 축제나 잔치로 생각해 수육이나 약주를 곁들인 구수한 입담과 유쾌한 웃음이 사라지고 마스크 쓴 채 비교적 정숙하게 진행 되었다는 것이다. 서로 코로나19 감염을 걱정하는 얼굴 표정이 마스크 넘어까지 알 수 있을 정도이다.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생경한 우리 일상이 언제 다시 제자리를 찾을지 걱정이 앞선다.

고향 시골집에서는 김장을 일찍 마무리 했다. 80세 가까운 노모가 김장 양념에 필요한 고추와 파, 마늘을 직접 농사지어 마련해 두었다. 여느 시골 부모님이 그러하듯 어머님은 양념에 빠지지 않는 고추 농사에 대해서는 유독 애착을 보여 오셨다. 올해 봄 고추모 심을 때부터 가을 수확철까지 농삿일을 자주 도와주는 형님에게 이런저런 잔소리를 한 소쿠리 하신 것 같다.

자식들이 “힘든 농삿일 때문에 골병든다며 쉬엄쉬엄 하고 김장도 각자 알아서 담겠다”고 하면 올해가 정말 마지막이라며 긴 한숨을 내쉰다. 그렇게 어머님은 아픈 다리를 두드리며 한숨 내쉬어 온게 벌써 10년째다. 대한민국 모든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라떼는 말이야’ 같은 말이지만 옛날 시골에서는 과거 김장과 장작(연탄)을 마련하면 월동 준비를 다한 것이다. 앞으로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나면 김장하는 장면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보는 추억이 될 것이고, 시골 어머니의 손맛이 묻어나는 김치는 더 이상 맛볼 수 없을 것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단골손님처럼 밥상 위에 올라와 있는 10년째 김치에 젓가락을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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