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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관하여2
교육에 관하여2
  • 이인범 (전)경희고 영어교사
  • 승인 2018.02.28 16:0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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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범 (전)경희고 영어교사
이인범 (전)경희고 영어교사

여러분은 ‘모범생’이라고 하면 어떤 학생이 떠오르는가. 아마 ‘공부 열심히 하고’ ‘선생님 말씀 잘 듣는(즉, 권위에 복종하고 순종적인) 학생’이라는 내용이 빠지지 않을 것이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과목이 실질적으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까. 교과서의 내용에도 문제가 있지만, ‘시험제도’라는 것이 아이들이 학문의 즐거움을 탐구하는데 큰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한다. 시험의 목적이 어떤 과목의 핵심적인 내용을 학생들이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기 보다는 학생들을 성적으로 구분하려는 것(줄 세우기)이 주가 된다. 이는 대학입시와 가까울수록 더욱 심해진다. 예컨대 고등학교에서 어떤 교사가 기본적인 내용으로 정기고사문제를 출제했는데 학생들이 모두 100점을 맞는다면 그 교사는 변별도와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고 경위서를 제출해야할 것이다. 학생들의 점수가 전부 똑같다면 내신등급을 나눌 수 없기 때문이다. 시험에서 순위를 매기는 가장 간단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객관식’ 문제를 출제하는 것이다. 서술식·논술식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제한적으로 사용되는데 그 이유는 ‘채점결과’에 대해 학생 및 학부모의 이의제기가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출제한 서·논술식 문제라도 그 결과에 대해 성적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기에 일선교사들은 해명을 하느라 골치를 앓는다.

진정으로 아이들이 어떤 학문에 성취가 있기를 바란다면 시험문제는 ‘에세이 형식’으로 출제하고 시험성적으로 학생들을 경쟁시키지 말아야 한다. 가령 독일 학교에서는 ‘작품과 연관된 작가의 성향과 정치, 사회적 배경을 설명하라. 이 글에 대한 당신의 견해를 밝혀라, 또는 비평하라.’ 같은 문제를 출제한다. 객관식 문제가 없다. 심지어 음악, 미술 과목도 ‘논술’로 시험을 치른다. 수학 같은 과목의 경우엔 계산 결과가 일률적으로 나올 수 있겠으나, 문학, 역사, 사회 같은 인문학에서 하나의 답을 골라내야 하는 것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식이면 학생들은 학교에서 깊이 있는 지식이 아닌 파편화된 지식을 공부하게 되고, 그나마 시간이 지나면 대체로 머리에서 사라져 버린다. ‘공부 잘하는 학생은 시험 보고나서 잊고, 공부 못하는 학생은 시험 보기 전에 다 잊어버린다.’는 말처럼 말이다.

학교와 사회에서 ‘경쟁’을 당연한 것으로 부추기고 있지만 경쟁은 인간의 본성도 아니고 인간에게 매우 유해한 것이다. 경쟁은 결과 지향적 특성으로 인해 사람으로 하여금 과정을 무시하게 하고 사고를 경직시키며 순응적 태도와 획일성을 갖게 한다. 실제 연구결과를 보면 우리는 경쟁할 때보다 ‘협력’할 때 더 나은 성과를 얻는다. ‘경쟁구도의 교육제도 하에서 가장 '성공한 학생'이란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고 승리에만 집착하는 학생이다’라는 교육심리학자 알피 콘의 예리한 지적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참고도서>

알피 콘. 2009. 「경쟁에 반대한다 - 왜 우리는 이기기 위한 경주에 삶을 낭비하는가?」. 이영노(옮김). 산눈

박성숙. 2010. 「독일 교육 이야기 - 꼴찌도 행복한 교실」. 21세기북스

홍세화 외. 2012. 「불온한 교사 양성과정」. 교육공동체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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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알뉴스 2018-03-02 23:53:27
헉!

전남식 기자 2018-03-02 12:15:21
기자 사진이 잘못 나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