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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2018년 상반기,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역사적인 2018년 상반기,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임재근 팀장
  • 승인 2018.06.15 15: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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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근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교육연구팀장(북한대학원대학교 박사과정)
임재근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교육연구팀장
임재근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교육연구팀장

‘판’이 움직이고 있다. 유라시아판, 태평양판, 필리핀판의 경계에 있는 일본의 지진 위험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섬나라’인 대한민국의 휴전선 북쪽 땅이 융기하는 것처럼 대한민국이 명실공히 ‘반도 국가’가 되는 날이 눈앞에 그려지고 있다.

1년 전 만해도 막막하고, 불안했다. 촛불혁명으로 정권교체를 이루었으나 지난 9년간 후퇴했던 남북관계는 쉽사리 복원되지 않았다. 아니 복원의 기미조차 찾기 어려웠다. 북미관계는 최악의 말 전쟁으로 더욱 암울했다. 사실 말 전쟁 뒤에는 ‘군사적 옵션’이 항상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2018년 새해가 들어서자 급변했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현실이 몰아쳤다. 예측은 고사하고, 현상 분석하는 데도 정신없었다. 상상력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간 최악의 남북관계에 익숙해져 있던 우리에게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성사된 남북의 만남은 축제였다. 술술 풀리는 것이 오히려 불안했다. 이러다가 평창올림픽이 끝나자마자 남북의 만남은 유리잔처럼 깨지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이런 우려를 깨버린 건 4.27판문점 정상회담이었다. 빠르면 가을에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던 후속 정상회담은 한 달만인 5월 26일 개최되었다. 이처럼 남북관계의 발전이 상상을 앞서갔다.

북미 정상회담 성사도 행운이었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은 남북 정상회담에 비해 우여곡절이 많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갑자기 6월 12일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했다. 하지만 하루 아침에 취소 선언이 번복되었다. 결국 예정된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었고, 4개 항으로 구성된 공동성명이 채택되었다. 일각에서는 공동성명 내용이 너무도 포괄적이어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었다’며 실망을 하는 눈치다. 하지만 이는 한국전쟁의 당사국인 북미 간에 70년 간 쌓인 적대적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하는 이야기다. 남과 북은 4.27판문점 선언 이전에 두 번의 정상회담의 경험이 있고, 남북회담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71년 이후 600차례가 넘는 회담의 과정이 있었다. 그런데 북미 정상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합의문에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빠졌기 때문에 실패한 회담이라고 폄훼하기도 한다. 하지만 CVID는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을 일방적 주장일뿐만 아니라, 이론에 불과하고 실제로 제대로 실현된 적도 없고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 뒤늦게 일각에서는 CVID가 아닌 비핵화 초기 조치에 해당하는 ‘프런트 로딩(Front-Loading)’ 방식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해야 한다고 수습에 나서기도 한다. 현실에 비해 기대가 너무 앞섰다.

남북관계 발전에서 상상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했거나, 북미관계의 발전의 현실이 기대에 비해 못 미쳤거나 어쨌든 한반도의 판을 움직이는 두 가지 힘은 이전에 비해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제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무거운 물체를 밀 때는 힘이 많이 든다. 그동안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무척이나 무거워졌다. 하지만 밀어서 한번 움직이기 시작한 물체는 처음보다 적은 힘으로도 움직일 수 있다. 오랫동안 박혀 있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관계 발전에도 서서히 탄력이 붙고 있다. 탄력이 붙었을 때 더 밀어야 한다. 다시는 멈추지 않도록 말이다. 혹은 잠시 멈춘다 해도 다시는 되돌릴 엄두를 내지 못 할 만큼 멀찌감치 훌쩍 옮겨놓아야 한다. 남북관계 발전이 향하는 방향과 북미관계 발전이 향하는 방향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통일을 향한 방향으로 계속 일치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우리에게도 그 방향을 조절할 힘을 가지고 있다. 남북관계 발전의 방향은 직접적인 당사자로서, 북미관계 발전의 방향은 조정자로서 우리의 역할이 있다. ‘우리의 역할’에 앞서서 나서는 것은 정부의 몫이겠지만, 그 바람을 일으키는 것은 바로 우리 ‘국민들의 몫’이다.

언제까지 배 타고, 비행기만 타고서 ‘해외(海外)여행’만을 할 것인가? 우리의 역할과 몫을 다해서 끊어진 혈맥을 잇고, 조선 시대에도 가능했던 ‘걸어서’ 세계 속으로 대륙여행도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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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인 2018-06-15 16:12:35
걸어서? ㅎㅎ
가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