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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관하여3
교육에 관하여3
  • 이인범 (전)경희고 영어교사
  • 승인 2018.06.21 19: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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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범 (전)경희고 영어교사|
이인범 (전)경희고 영어교사|

얼마 전 지방선거가 끝났고 난 울화가 터졌다.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보수 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은 단 세 군데인데 그 중 한 곳이 대전이기 때문이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획기적인 교육환경의 변화를 가져올 수는 없지만 보수 교육감보다는 훨씬 낫다. 현재의 여당을 진정한 ‘진보’라고 보긴 어렵지만 이명박근혜를 배출한 정당보단 더 상식적이듯 말이다.

우리 딸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경기도에 있는 한 특성화 중학교에 1년쯤 다니다가 작년에 대전에 있는 중학교로 전학을 왔다. 그리고 오랫동안 길렀던 아름다운 긴 머리를 잘랐다. 두발을 규제하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 억압이다. 도대체 머리 길이와 학업은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인가.

현재 학생인권조례가 시행 중인 곳은 서울, 경기, 광주, 전북 등이다. 학생인권조례에 기본적으로 포함되는 내용에는 체벌금지, 개성을 실현할 권리(두발 자유 등),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 등이 있다. 진보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를 상식적인 것으로 보는데 반해 보수 교육감은 그렇지 않다. 어느 쪽의 상식이 아이들의 행복에 더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되는가.

애초에 학교는 아이들을 통제, 감시, 억압하는 구조다. 가령 수업시간에 학생이 화장실을 가고 싶으면 교사에게 허락을 구한다. 대개는 허락하지만 쉬는 시간에 뭐했느냐며 허락하지 않는 교사도 있다. 이런 경우 해당 학생은 자신의 생리현상도 자신의 의지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고 만다. 다음은 내가 교사 시절 학년 초마다 학생들과 나눈 내용이다. “여러분, 저랑 수업할 때는 허락받지 말고 화장실에 다녀오면 좋겠습니다. 근데 그 이유가 뭘까요?”라고 물으면 “수업에 방해돼서요.”라는 대답이 가장 많다. 그러면 설명한다. “여러분, 화장실 갈 때 허락받는 부류의 사람들이 둘 더 있는데 누굴까요?” 그럼 잘 맞춘다. “죄수요.” “군인이요.” “여러분은 죄수도 아니고 군인도 아닌데 왜 생리현상을 허락받고 해결해야 하나요, 저랑 있을 때는 목마르면 물마시고 오고, 화장실 가고 싶은 사람은 자유롭게 다녀오세요. 다만 꼭 다시 돌아와야 해요. 안 그러면 제가 곤란해지거든요.” 그리고는 ‘쇼생크탈출’이라는 영화에 대해 학생들과 이야기한다.

70년대에 박정희는 남자의 두발과 여자의 치마 길이를 규제했다. 2018년 현재 우리 딸은 학교에서 그 둘을 동시에 통제당하고 있다. 2000년 7월부터는 재소자의 두발이 자유화되었다. 수인과 군인의 인권도 당연히 신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의 인권과 기본권은 어디에 있는가.

‘이상한 것은 교육학을 모르는 사람일수록, 특히 정책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는 정치가들의 경우 자신들이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더 용감하고 고집스럽고 더 막무가내로 '교육은 이런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책을 결정하고 밀어붙인다는 점이다.’  - Larry Frase & William Streshly (전성은. 2013. 「왜 교육은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가」에서 재인용)

다음부턴 현명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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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2018-06-22 18:48:32
멋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