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21:10 (목)
[선인장 호텔]
[선인장 호텔]
  • 전남식 기자
  • 승인 2017.11.03 07: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살아있는 것은 모두가 아름답고 소중하다
이 책의 표지
이 책의 표지
이 책의 표지

<선인장 호텔>은 캘리포니아 아리조나 주 남부에서만 볼 수 있는 선인장 사구아로에 관한 이야기이다. 외모는 보잘 것 없는 평범한 선인장 같지만, 수명이 대략 200년 정도이고, 키는 15미터까지 자란다. 사막이라는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기에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만 존재할 것 같은 편견을 이 책은 무너뜨린다. 물 한방울이 소중한 사막에서 느리지만 생존을 위한 치열한 싸움을 치르면서도 사구아로는 사막의 동물들에게 안식처 - 그래서 ‘선인장 호텔’이다 -를 제공한다. 그뿐이 아니다. 사막에서 살아가는 일명 인디언들에게 목재는 물론이고 땔감을 제공하며, 갈증으로 생사를 넘나드는 사람에게 목을 축일 수 있는 생명수 역할까지 한다고 하니, 세상에는 그 어느 것도 쓸모없는 것은 없는 것이 다 귀한 존재임을 가르쳐 준다. 최재천 선생의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는 책 제목이 새삼 가슴에 와닿는다.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뜨겁고 메마른 사막의 어느 날... 키 큰 사구아로 선인장에서 빨간 열매 하나가 떨어졌다는 내용으로 책은 시작된다. 그 열매 속에서 씨앗이 나오고, 악조건 속에서 씨앗 하나가 땅에 심겨진다. 그리고 “아주 조금씩 조금씩... 뜨겁고, 춥고, 비 오고, 메마른 날들을 다 견뎌 내”면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면서 200년이란 세월을 버티어 낸다. 딱따구리 한 마리가 날아와 사구아로 몸통에 구멍을 뚫고 집을 지어도 “선인장은 그래도 괜찮았어요”라는 한 구절이 마음 한 구석 짠한 감동을 전해준다. 그게 부모의 마음이고, 어른들의 마음이어야 하고, 지도자의 마음이어야 하는데...

“마침내 늙은 선인장 호텔은 거센 바람에 휩쓸려 모래 바닥에 쿵!하고 쓰러”져 죽음을 맞이하지만, 여전히 사구아로는 작은 생명체들의 안식처 역할을 포기하지 않는다.

 많은 것을 얻고자 내달리는 폭주 기관차처럼 질주해야 그나마 안심이라고 생각했던 지금보다 더 젊었던 시절, 아니 철없던 시절이 부끄러워진다. 사막의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서도 자신의 생존만을 위해 살지 않고, 느리지만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주어진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이야말로 참 생명의 길임을 이 책은 소박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우리를 일깨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