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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관하여
교육에 관하여
  • 이인범 (전)경희고 영어교사
  • 승인 2017.12.2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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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범 교사의 연재 칼럼 중 첫 번째 ‘교육에 관하여’
이인범 (전)경희대부속고 영어교사
이인범 (전)경희고 영어교사

‘교육’은 우리 삶과 매우 밀접하다. 우리는 12년 동안 교육을 받기 위해 ‘공식’ 교육기관인 ‘학교’에 다녔고 우리의 자녀들도 다니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의문이 든다. 학교가 정말 교육하는 곳일까, 학교에 꼭 다녀야 할까...

‘교육’을 정의하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나는 교육을 뜻하는 education이라는 단어의 어원적 의미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education의 라틴어 관련단어는 ‘educere’인데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숨은 상태로 존재하는 것을 밖으로 이끌어 낸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아이가 본디부터 가지고 있는 성질 또는 타고난 능력이나 기질을 끌어내도록 돕는 것이 바로 ‘교육’의 의미가 되는 것이다. 반면 우리가 경험한 학교는 무엇을 하고 있나. 아이들에게 일률적으로 무언가를 주입시키려고 애쓰고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 근대 공교육은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일제 잔재와 미국 교육철학의 합작품으로 보인다. 해방 후 미 군정청의 교육정책에 참여한 이들은 친일파(김활란, 김성수, 유진오, 백낙준)와 미국 유학파(오천석)였다. 초대 문교부장관이었던 안호상은 ‘우리의 맹세’ 세 가지를 외치게 하고 군대식 복장과 편제를 짰으며 반공시위를 위해 학생들을 거리에 나서게 하는 등 당시 파시스트라는 평을 들을 정도의 극우파였다. 이승만은 반공과 친미교육에 매진하였고,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린 박정희는 국민교육헌장, 애국조회, 교련을 강제했다.

일본 근대교육의 표본도 서구에서 왔고, 미국도 19세기 중반에 프러시아의 교육제도를 들여와 20세기 초반에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다녀야 하는 현재의 학교시스템을 정착시켰다. 당시 프러시아가 세운 학교 교육의 목표는 평범한 지식을 갖추고 말 잘 듣는 노동자를 양산하는 것이었는데, 이 목표가 그대로 미국으로 전해졌다. 프러시아 의무 교육의 목표는 아래와 같은 인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1) 말 잘 듣는 군인 2) 광산, 공장, 농장에서 말 잘 듣는 노동자 3) 맡은 일 잘하는 고분고분한 공무원 4) 사업장에서 일 잘하는 사무원 5)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 똑같이 생각하는 시민 6) 사상, 언어, 행동에 있어서 일치한 반응을 보일 것.

<참고도서>

에리히 프롬. 2006. 「사랑의 기술」. 황문수(옮김). 문예출판사

김종철. 2011. 「교육인가 사육인가」. 21세기북스

존 테일러 개토. 2017. 「바보 만들기-왜 우리는 교육을 받을수록 멍청해지는가.」. 조응주 (옮김).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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