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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봉사 유종구씨 “가짜 서울대생...갚으며 살겠다”
60년 봉사 유종구씨 “가짜 서울대생...갚으며 살겠다”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1.08.05 16:5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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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짜 서울대생 행세하며 돈 모아 사업 시작
- “받은 돈 갚으며 살겠다”
유종구 어르신이 '유종상사'에서 자신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60년을 사회에 봉사하면서 살아온 자양동 유종구 어르신(88), 본인이 운영하는 `유종상사`에서 만나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이야기를 들었다.

유종구 어르신은 전북정읍 내장산 밑에 신월동 부락에서 고흥유씨 32대손으로 태어나, 유년시절 먹을 것이 없어 풀죽을 쑤어먹고 소나무 껍질을 벗겨먹으며 나무장사를 하면서 어렵게 살아왔다고 한다.

먹고 사는게 힘들다 보니 학교는 엄두도 못내 던 시절, 하지만 유종구 할아버지는 훌륭하신 할머니 할아버지 덕분에 없는 살림에도 남의 집의 빛을 얻어 중. 고등학교 까지 졸업할 수 있었고, 지겹던 가난에서 해어나기 위해 서울 행 완행열차를 타고 도망쳤다.

혈혈단신으로 공사판을 전전하며 껌팔이도 하면서 안 해 본 것이 없이 힘들게 서울 생활을 영위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대문 시장에 가 서울대학교 학생 교복을 헌옷으로 구입해 입고서 서울대 생으로 가장하고 서울대 3학년까지 고학으로 공부하는 불쌍한 학생이라며 집집 대문을 두드려 1년만 더 배우면 졸업해 사회에 나가 봉사하겠다고 구걸하면서 모은 돈으로 조그마한 가계를 얻어 장사를 시작했고 지금의 부인을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서울에서의 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결혼 2개월 만에 빈털터리로 대전에 내려와 보따리에 물건을 싸들고 장사도 하고, 연탄 배달도 하고 길가에 싸구려 물건을 내놓고 파는 장똘뱅이 생활도 했다.

자양초등학교 앞에서 문구점도 하면서 동네에서 통장 일도 보고 새마을 지도자 활동도 하면서 남들보다 성실하게 살다보니 1983년도 대전시장 표창과 충남도지사 감사장도 받게 되었다.

그 후로 서울에서의 거짓 대학생 행세를 하며 시민들로부터 받은 빚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에 한푼 두푼 돈을 모아 노인정, 경로당을 찾아다니며 선물 꾸러미를 전달했다. 할아버지가 태어난 고향 정읍시청을 통하여 수백 개의 물품 꾸러미를 기증하고 가난한 이웃나라에도 구호품을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또한 묘비를 세우기 위해 마련한 돈과 88세 생일날에 아들, 딸들이 생일잔치를 하겠다는 것을 마다하고 그 쓸 돈들을 합쳐 지난 6월 호국의 날을 맞아 행정복지센터 30여 곳을 통해 국가 유공자 가족에게 생활필수품 꾸러미를 전달하기도 했다.

“돈, 아깝지 않는냐?”는 물음에 “나는 곰이다. 돈 아깝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미련한 곰도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기 위해 뒹구는 재주를 부리고 죽어서는 쓸개를 나누어 주는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사회로부터 받은 사랑을 되갚지 않는다면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 되는 것”이라며 함박 웃었다.

“할머니께서 싫어하시지 않느냐?”는 물음에 한참을 말없이 허공을 바라보시던 어르신은 떨리는 음성으로 “어려운 살림에도 싫을 만도 한데, 함께 응원해 주고 함께 해준, 평생 고생만 시킨 할머니께 너무나도 미안하고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 어르신의 곰 이야기를 되씹으며 평생 어려운 이웃을 외면하지 않는 유종구 할아버지의 선행이 사회의 큰 울림과 귀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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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사랑 2021-08-06 06:47:20
감사합니다 ^^
뉘우치며 갚으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이소영 2021-08-05 17:59:44
가족들의 배려와 응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듯.
하지만 할아버지의 나눔기부로 세상이 참 따뜻하다는게 느껴져요

어린왕자 2021-08-05 17:50:06
할아버지, 대단해요.
조금더 가질려고 하지 이웃에게 나누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지요.
참 멋진 인생을 살으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