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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사무처장 “내가 책읽기 운동가로 나선 이유”
김은숙 사무처장 “내가 책읽기 운동가로 나선 이유”
  • 전남식 기자
  • 승인 2017.10.31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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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희망의 책 대전본부’ 김은숙 사무처장
학원 원장에서 책읽기 운동가로

비알뉴스 창간 첫 인터뷰! 어떤 사람이 적합할까 고민한 끝에 이분을 선정했다. ‘희망의 책 대전본부’ 사무처장 김은숙 씨.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원 원장이었던 그가 학원을 미련 없이 그만두고 책읽기 운동에 투신한 이유를 들어 보았다.

전남식: ‘희망의 책’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김은숙: 나무 그늘 아래서 책을 읽는 대전 시민의 모습을 상상했던 것이 ‘희망의 책’의 모판이 되었다. 책을 읽는 시민에게 희망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당시 하나은행과 농협 등의 지원과 대전시가 아낌없이 지원해 주었다.

전: ‘희망의 책’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

김: 한마디로 책읽기 운동이다. 대전 시민들이 어느 곳에서든 책을 읽는 문화를 만들어 가도록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대전 지역 어린이 도서관을 지원하고, 독서 동아리들을 발굴해 지원하고 있다. 현재 대전 지역에 약 60여 개의 독서 동아리가 대전 평생교육진흥원에 등록한 상태다. 8명 이상의 회원이 정기적으로 모여 독서 활동을 하면 대전평생교육원에 등록 할 수 있고 희망의책 대전본부와도 연대하여 작가초대 등 프로그램지원도 가능하다.

전: ‘희망의 책’의 모판이 있다면 무엇인지 이야기해 달라.

김: 한 도시의 시민들이 동일한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한 가지 사례가 있었다. 1998년, 미국 시애틀에서 ‘한 책, 한 도시’ 운동이 일어났다. 미국 사회에서 인종 차별을 다룬 이 소설을 시애틀 시민들이 읽고 토론하면서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게 되었다. 같은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할 때 힘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운동이었다. 독서란 지극히 개인적인 활동이지만, 시민들이 한 권의 책을 같이 읽을 때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 올해 선정된 책이 구병모 작가의 <한 스푼의 시간>으로 알고 있다. 이 책을 선정한 동기는 무엇인가?

김: 올해의 책으로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중학교 이상이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별히 이 책은 4차 혁명 시대를 맞이하는 로봇인간 이야기다. 4차 혁명 시대에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책이다. 혼술, 혼밥의 시대다. 인간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지 않는다면 로봇과도 다르지 않다. 고유의 특성이 퇴행할 수 있다. 인간의 시간이란 고작 한스푼의 세제가 물에 녹는 시간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러한 제한속에서 인간으로써 갖게 되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자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었다.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공동체적 인간임을 깨닫게 하는 책이라 이 책을 선정하게 된 것이다.

전: 지난 21일 대전 시청 북문 앞 보라매 공원에서 제1회 ‘책 잔치 한마당’이 열렸다. 이 행사를 기획할 때 중점적으로 고려한 사항은 무엇인가?

김: 책 잔치 한마당을 기획하면서 순수성을 가장 중점적으로 염두에 두었다. 책과 관련된 작은 서점들이 중심이 되고, 나무 그늘 아래에 돗자리를 펴고 가족단위로 둘러 앉아 책을 읽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이번 행사에 은유 작가를 비롯해 총 8명의 작가들을 초청했다.

전: ‘책 잔치 한마당’의 하이라이트는 무엇이었나?

김: 은유 작가의 북토크였다. 요즘 젊은 층 사이에서 핫한 작가였고, 북토크 현장에서도 그만의 위트와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또한 작은 마을 서점과 연합해서 했다는 점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대전 시내 작은 서점들 7개가 함께 참여했다. 그곳에서 자신들의 존재를 알릴 수 있었고, 책을 판매하는 자리도 되었다.

'희망의 책 대전본부' 김은숙 사무처장이 비알뉴스 전남식 대표와 인터뷰 중이다.
'희망의 책 대전본부' 김은숙 사무처장이 비알뉴스 전남식 대표와 인터뷰 중이다.

전: 이제부터는 개인적인 질문이다. 학원을 운영하다가 그만두고 책 읽기 운동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인가?

김: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불쑥불쑥 학원 교육은 진정한 교육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교사가 가르치면 성적이 나오고 그렇지 않으면 나오지 않는 것은 진정한 가르침이 아니지 않을까. 그래서 든 생각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때부터 방학이 되면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을 찾아 다녔다.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지만, 지나고 생각해 보면 그 때가 가장 행복했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일을 멈출 수 없었다.

전: 학원을 운영하면서 책읽기를 병행했을 때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김: 방학에는 책을 읽다가 학기 중에는 시험 대비를 하면서 한계를 느꼈다. 몇 년 전 장 아리스티드의 <가난한 휴머니즘>을 읽으면서,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책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하게 되었다.

전: 마지막으로 ‘희망의 책’을 통해 꼭 해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야기해 달라.

김: ‘희망의 책’에 몸담으면서 알게 된 사실은 사람들이 책을 정말 안 읽고, 안사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엘리베이터 안에서 휴대폰 대신 책을 잡으려고 했다. <나무를 심은 사람>에서 주인공은 상수리나무를 심으면서 숲을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하다 보니 어느 새 황무지가 숲으로 변하게 되었다.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지만 누군가 꾸준히 책을 읽으면 그 현상이 전염병처럼 확산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지하철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책을 읽는 대전 시민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가족 단위로 야외에 나가서 돗자리 깔고, 카페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 싶다.

‘희망의 책(이사장 조성남)과 김은숙 사무처장은 대흥동 중구문화원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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